한국 무형유산의 가치와 아름다움이 깃든 전승공예품은 부에노스아이레스 현지인들에게도 감동으로 이어졌다. 전시가 열린 주아르헨티나 한국문화원 건물이 이들의 문화유산인 벤시츠 궁으로 2017년 한국문화원이 매입해 복원했고 이곳에 기품 있는 한국 전통 공예품이 놓이며 전시 제목 그대로 삶과 시간을 넘어 공간을 통해 두 나라의 문화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전시를 첫날 관람한 아르헨티나 교포 멜리사씨는 “한복을 보면서 정말 놀랐다. 한국 공예품에 대한 섬세한 디테일이 그대로 살아있어서, 한국의 미적 감각과 세심함에 깊이 감동했다. 한국 전통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전통 공예에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전시는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하는 ‘한국무형유산주간’ 사업의 일환으로, 국가유산청(청장 최응천)과 국가유산진흥원(원장 최영창)이 함께 기획했으며 아엘시즌 김미연 대표가 총감독을 맡았다.
무형유산 장인들의 작품 148점 못지않게 관심을 받은 점은 한국 전통 공간인 한옥의 사랑채, 안채, 누마루를 전시 디자인으로 표현해 작품들을 각 공간에 맞춰 배치한 연출 방식이다. △사랑채에는 소목장, 벼루장, 탕건장, 입사장 등의 작품 87점을 두어 남성의 취향과 생활 방식을 재현했다. 여성의 공간인 △안채에서는 침선장의 혼례 보자기와 매듭장의 비취향갑 노리개 등 33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안채에서는 나전궁모란 당초문함의 자개 텍스처와 색감에서 착안한 생성형 미디어 아트를 LG 투명 O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구현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한국의 전통미를 표현해 관람객의 관심을 받았다. △누마루에는 선자장의 부채, 궁시장의 활과 화살, 악기장의 거문고 등을 연출해 선비들이 즐겼던 풍류의 흥취와 여유로움을 담았다.
김미연 총감독은 “전통이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삶과 연결되고 이어지는 것을 담고 싶었다. 공간이라는 매개체로 전통적 건축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해 아르헨티나 현지인들도 한국 공예를 쉽게 이해하고 경험하도록 준비했고 많은 관람객들이 호응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가유산진흥원 조진영 본부장은 “음악, 영화, 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 세계의 관심을 받는 ‘K-컬처(K-Culture)’처럼, 이번 전시도 한국 무형유산의 독창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문화적 교류를 촉진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