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재정당국에 따르면 역대 정부에서 1분기에 추경을 편성한 것은 1998년, 2020년, 2021년, 2022년 등 4차례에 불과하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던 때다.
추경을 최대한 이른 시기에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지고 내수 부진이 지속될 수 있는 만큼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정부 재정을 마중물로 민간 소비 진작을 유도하면서 내수 부진 장기화 국면을 돌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설 연휴 이전에 추경을 편성해 내수 진작에 나서야 한다는 이른바 ‘눈꽃 추경’ 주장까지 나온다. 1월 추경 편성은 1951년 2022년 2차례 뿐이다.
탄핵 정국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추경론을 뒷받침한다. 미국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 통상환경이 변하며 우리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는데 대통령 부재로 인한 어려움이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추경 필요성에 대해 힘을 실었다. 지난 15일 발표한 보고서에선 “추경 등 주요 경제정책을 조속히 여야가 합의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추경 편성 요구에 대해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외신간담회 등에서 재정의 적극적 역할에 대한 인식은 동의한다고 밝히면서도 1월 또는 1분기 추경 등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내년도 예산안의 집행에 우선 순위를 두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다. 이를 반영하듯 정부는 내년도 예산 중 75%를 상반기에 배정한다는 계획이다. 서민 생계부담을 덜고, 소상공인 지원과 첨단산업 육성에 예산을 집중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상반기 예산배정률은 2019년 70.4%, 2020년 71.4%, 2021년 72.4%, 2022년 73%에서 2023년 75%로 증가한 후 올해와 내년까지 3년 연속 75%를 유지했다.
1월은 아니더라도 1분기 추경 편성 가능성은 높다는 의견이다. 앞서 정부는 야당의 단독 감액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을 때 대내외 악재에 대응할 여력이 줄고 국가신인도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추경 논의를 최대한 빠르게 진행할 공산도 크다.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결론을 내리면 추경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예상이다.
금융투자업계에 추경이 진행될 경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다. 탄핵 정국으로 인해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데다 내수 경기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큰 규모의 재정 투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대외환경이 우호적으로 작용할 지는 불확실한 만큼 추경이 수요 부진에 대응할 현실적인 카드”라며 “추경의 세출확대 규모는 10조~20조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추경 금액은 대략 10조원 내외”라며 “이번 추경은 민생 안정이라는 정치적 필요성과 1%대 성장 방어라는 배경으로 인해 10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수도 있고 차기 집권당의 성격에 따라 1회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점쳤다.
또 “2025년이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에 추경이 거론된다는 것은 내년 추경 시기가 평소보다 빨라질 것을 의미한다”며 “과거 추경안이 편성,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빠르면 약 한 달여 만에 결정되기도 했다. 내년 1분기 후반~2분기 추경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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